이 바닥은 좁다1
IT 업계에서 개발자로 일한자도 14년 정도 됐습니다. 흔히 "이 바닥이 좁다."라는 표현을 하는데요.
저도 이 바닥이 좁다는 것을 실제 경험한 적이 있어서 그 에피소드 몇 개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에피소드 1
2015년 취업을 위해 N사에 지원해 실무면접을 봤습니다.
면접 장소에 도착 후 시간이 돼서 면접장 문을 열었더니 면접관 세 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면접관 중 한 명이 눈에 익어 기억을 더듬어 보니 대학 동창이었습니다. 비록 친분은 없었지만 전공 수업을 같이 들었던 사이라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두 시간 여의 1차 면접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서로 인사를 했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30대 중반이었는데, 면접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제 내 나이가 면접관으로 들어가는 나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면접은 떨어졌습니다.
에피소드 2
2015년 스타트업인 T사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은 기술면접과 컬처핏 면접을 하루에 모두 보는 일정으로 진행 됐습니다. 기술면접이 끝나고 컬처핏 면접이 시작돼서 면접 진행장소에 컬처핏 면접관 세 명이 들어왔습니다.
"조교님~!"
면접관 중 한 명이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 생활을 2년 했는데, 그때 학부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밍 실습수업을 3학기 동안 강의를 했었습니다.
조교님이라고 말했던 면접관은 제가 실습수업을 진행했을 때 학부생이었던 학생이었습니다. 그 학생을 사회에서 면접관과 면접자로 만난 것이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에피소드 3
2015년 6개월 정도 일한 회사가 있었습니다. 그때 J라는 사람과 함께 일했습니다. J는 개발 실력으로만 보면 매우 뛰어난 개발자였습니다. 하지만 자기 관리를 잘하지 못하고 협업능력은 매우 떨어지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람과 다시 일하고 싶어?"라고 누가 묻는다면 절대 다시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할 사람입니다.
2019년 K사에서 일할 때 채용을 위해 면접관으로 면접을 진행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때 지원자의 이력서를 보고 합격/불합격을 결정하는 일도 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이력서 하나가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력서를 열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J의 이력서였습니다.
이 사람이 팀에 들어오면 팀이 망가질 거란 생각에 불합격 처리를 하고 이력서를 통과시키지 않았습니다. 불과 4년 전에 회사에서 함께 일 할 때는 J가 갑이었는데 4년이 지나고 나서는 갑을이 바뀐 채로 만나다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정말 이 바닥이 좁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